카드 발급할 때, 보통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아마 내가 받을 혜택일 텐데요. 그래서 카드사들은 더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프랜차이즈,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오히려 혜택 범위를 동네로 좁히고, 그러면서도 평소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동네 가게에서 적립이 가능하게 한 체크카드가 있어요. 바로 당근페이와 하나카드가 함께 출시한 당근머니 하나 체크카드(이하 당근 체크카드)예요. 당근페이가 동네와 지역 기반으로 금융 상품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당근카드의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담당했던 구성원들과 이야기 나눠봤어요.
Joshua: 안녕하세요! 저는 당근페이에서 사업개발 팀 리더를 맡고 있는 Joshua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동네 기반의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기획했어요. 구체적인 혜택을 설계하고 사용자 정책, 운영 정책 및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맡았습니다.
Ray: 당근페이의 머니 서비스팀 리더를 맡고 있는 Ray입니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업무를 맡으며 당근 체크카드 프로젝트를 총괄했어요.
Rachel: 브랜딩팀 리더 Rachel입니다. 당근페이에서 첫 카드를 출시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상품 브랜딩부터 실물 카드 제작 디자인을 총괄했어요.
Ray: 당근페이에서 만든 첫 체크카드로 동네 생활권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예요. 하나카드와 협업을 통해 지난 7월 나오게 됐죠. 지역을 기반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는 당근 체크카드가 국내 최초인데요. 동네 주유소, 헬스장, 카페, 식당 등에서 결제 금액의 3%를 적립 받을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Joshua: 맞아요. 보통 카드사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온라인 가맹점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카드 사용자들의 거래량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낮게 협상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소형 가맹점이나 일반 동네 가게들은 거래 액수 자체가 적어 카드사 입장에서도 수익이 적기 때문에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죠. 이런 이유로 대형 프랜차이즈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하면 할인되는 카드는 많아도 동네 빵집에서 2000원짜리 빵 살 때 할인되는 카드는 없었던 거고요. 그런데 당근페이는 동네 빵집, 과일 가게에서 소액 결제를 할 때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내놓고 싶었어요.
Joshua: 배경을 설명하려면 ‘동네 금융’이라는 당근페이의 목표를 먼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당근은 동네를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모임, 알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네 생활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당근페이의 목표도 이와 다르지 않아요. 지금은 이웃 간 송금을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동네에서 쓰면 쓸수록 주민과 가게 사장님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또 그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동네 금융을 만들어 가고자 해요.
동네 금융이라는 큰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동네 가게에서 결제가 많아져야 하는데요. 그래서 동네에서 결제하는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카드를 쓸지 고민될 땐 결국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결정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결제 금액에 상관 없이 자기 동네에서 결제할 때마다 3%를 적립 받을 수 있게 카드 상품을 만들었죠.
Joshua: 정말 그랬 어요. 예컨대 저희가 원하는 3% 적립을 유지하려면 실적 조건이 필요하더라고요. ‘1만 원 이상 결제 시에만 적용’ 같은 제한이요. 그런데 우리가 동네에서 구매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빵 하나 사고 커피 한 잔 사는데 1만 원 넘기기가 쉽지 않잖아요.
당근은 그런 작은 결제에도 혜택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익보다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카드사와 협상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요. 협업한 하나카드 측에서도 당근페이의 비전에 공감하고 최대한 많은 혜택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해주셨죠. 덕분에 복잡한 조건을 없애고 동네에서 소액 결제를 할 때도 3% 혜택을 줄 수 있는 체크카드가 나올 수 있었어요.
Ray: 개발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부분 카드사는 페이백 적립의 경우 카드사 내부 데이터망을 활용해 처리해요. 하지만 당근 체크카드의 경우 사용자의 지역 정보가 저희에게 있기 때문에, 카드사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희가 리워드 적립을 해야 했어요. 데이터를 매칭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어려움도 있었지만, 또 동시에 재밌기도 했어요. 당근페이 같은 핀테크 회사에서 이런 시스템 개발을 직접 해보기는 어렵거든요. 그런데 카드사에서 할 법한 일들을 이번에 모두 저희가 도맡았죠. 핀테크 업계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챌린지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Ray: 맞아요. 당근 체크카드는 단순히 사용자의 적립 혜택만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에요. 동네 사장님 측면에서도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당근페이가 카드를 내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을 때 오프라인 결제와 소형 가맹점에 혜택을 집중하는 카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네에서 쓸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체크카드를 만들면, 더 많은 사용자가 동네의 특색 있는 가게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그럼 동네 사장님들은 더 많은 단골을 만들 수 있을 테고요.
Joshua: 우리나라 사업 폐업률을 살펴보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사업자의 폐업률이 훨씬 높아요. 그래서 당근페이가 동네 상권을 활성화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동네에서 결제할 때마다 혜택이 쌓이는 카드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나아가 ‘동네 사장님들이 저희 카드를 홍보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구매자가 3%씩 가져가는 거잖아요. 사장님이 직접 할인해주지 못하더라도, 당근 카드를 통해 적립 혜택을 가져갈 수 있다고 안내할 수 있는 거죠.
Ray: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나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매출 증가는 물론이고 당근페이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당근 체크카드로 동네에 서 결제가 되면 저희는 ‘찐 주민이 찾는 동네 맛집’ 같은 데이터를 찾을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럼 그동안 숨어있던 동네의 좋은 가게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해줄 수도 있어요.
Joshua: 보통 ‘동네 상권은 단골 장사’라는 말이 있잖아요. 단골이 많아진다고 하면, 해당 가게에서 결제 데이터가 많이 쌓일 거예요. 그러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이 사장님은 이 상권에서 굉장히 인정을 많이 받고 있네? 단골도 많고 결제 주기도 잦아.’ 이렇게 되면 사장님의 가게 경영에 당근페이에서의 결제 데이터가 신용 지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거예요. 개인 사업자들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신용점수가 낮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동네에서 사랑받는 가게인데 현금이 부족해서 가게를 확장하고 싶어도 대출이 잘 안나오는거죠. 이럴 때 당근페이가 ‘이 사장님이 장사를 이만큼 잘 하고 있어요’라고 보여줄 수 있는 지표로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당근 중고거래에서도 ‘매너 온도’라는 기능을 통해 이웃끼리 서로 신뢰하는 지표가 돼주잖아요. 당근페이에서 일어나는 동네의 결제 내역이 사장님들에게 힘이 되는 금융 지표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동네 사장님들이야말로 동네 경제의 중요한 축이니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럼 더 건강한 동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Ray: 장기적으로는 이웃과 가게를 연결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흐름을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죠. 이번에 체크카드를 만들면서 실제 동네 사람들이 어느 가게에서 얼마큼 소비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면 당근페이의 비전을 이루는 데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동네 금융’ 상품으로서 카드를 만들 수 있는 건 당근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Rachel: 카드 이야기에 앞서 당근페이의 브랜딩 방향성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내부적으로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일부에서는 금융 서비스인 만큼 ‘신뢰’, ‘안전’, ‘스마트’ 같은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당근페이는 기존 당근의 브랜딩과 동일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기존 금융사들도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엄청 노력하잖아요.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우고,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면서요. 이들에게는 친근함이 오히려 지향점이더라고요. 신뢰는 기본인 거고요.
그래서 당근페이도 이용자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깝게 다가가고, 자신과 밀접한 브랜드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딱딱한 이미지로 갈 필요가 없었던 거죠. 친근하고 대중적인 게 당근의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요. 그렇게 당근페이도 당근 브랜드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브랜딩 전략도 상위 브랜드를 벗어나지 않고 전개돼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첫 카드를 출시할 때도 ‘당근’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을 강력하고 심플하게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Rachel: 당근이 얼굴이 엄청 크게 들어가 있죠? (웃음) 그 디자인을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캐릭터의 분위기나 그림체를 다양하게 해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당근페이의 첫 카드인 만큼 ‘이게 당근이야’ 라는 대표성이 있는 디자인으로 결정했어요. 당근이 이제 동네 금융을 시작하는구나, 시각적으로도 각인되길 바랐죠.
캐릭터 카드 외에도 아무 꾸밈이 없는 주황색 카드 디자인도 내놨어요. 당근은 다양한 연령, 성별, 취향을 가진 이웃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잖아요. 따라서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보고 스티커팩을 동봉해 원하는 취향에 따라 카드를 꾸밀 수 있게 했죠.
Joshua: 카드 사용자의 리텐션이 되게 높더라고요. 한 번 쓰신 분들은 계속 쓰신단 뜻이거든요. 또 카드 사용자의 결제처 비율을 살펴봤을 때 동네 결제 비율이 60%를 넘어요. 이런 것들이 저희의 상품 기획 의도와 맞게 사용자에게 잘 녹아든 것 같아 유의미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Ray: 무엇보다 동네에서 혜택을 받는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동네 기반으로 혜택을 주는 카드 자체가 처음이니까 사실 낯선 경험이잖아요. 일상에서 습관처럼 쓰려면 시간이 걸릴 테고요. 사용자가 ‘이런 것도 있네’ 하고 새로운 동네 금융 상품에 적응하면서 효용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Rachel: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당근 체크카드에 대한 후기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당근이에 대한 언급도 있고요. 개개인의 일상이나 동네에서 당근이가 물리적으로 친근하게 많이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번 체크카드가 그 시작이 되어주었으리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당근이가 일상과 동네 곳곳에 더 자주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보려고 해요.
Joshua: 흔히 금융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당근은 앞으로도 말 그대로 ‘동네 금융’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서울에 있는 사람과 부산에 있는 사람의 금융 흐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사람은 서울의 지역 은행이나 상점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동네 사람 사이, 사장님과 단골 사이처럼 동네 안에서 경제 흐름을 만들고 그 과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당근페이의 목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Ray: 당근 체크카드를 처음으로 만들면서 팀의 기초체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외부 금융기관과 협업하면서 더 큰 범위의 제품을 고민할 수도 있게 됐고요. 이번에는 카드라는 매개를 통해 동네 주민들과 지역 상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동네 생활 전반에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당근하는 새로운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