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탁에 둘러 앉은 사람들

서비스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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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던 유찬 씨는 1년 전 평택시 청북읍의 작은 마을로 내려와 집밥 모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나눈 이웃만 50여 명. ‘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소박한 이유로 만난 사람들은 이제 낯선 이들과의 연결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따뜻한 온기와 정성이 깃든 집밥은 그저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유찬 씨와 동네 이웃들은 그동안 닫혀 있던 문을 열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마주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식구 

이 동네로 이사는 언제 오신 거예요? 

1년쯤 됐어요. 고향은 부산이고, 서울에서 한 17년 살았는데요. 전셋값이 너무 비싸진 거예요. 같은 가격에 여기서는 집을 살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내려왔죠. 

연고도 없는 동네에 혼자서 오신 건데, 적응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사실 처음엔 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었죠. 서울에서처럼 똑같이 회사 집, 회사 집, 이렇게 반복했거든요.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땐 친구들이 있었는데 여기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조금씩 심심해지긴 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당근에서 동네 모임 기능을 발견해서 한 번 나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이는 거예요. 그럼 내가 직접 모임을 열어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그 모임이 다른 것도 아니고 집밥 모임인 게 재밌어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요리를 워낙 좋아했고, 서울에서 집밥 모임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었거든요. 그때는 동네 분들은 아니었고 전부 지인들인데다 전국에서 모이는 거다 보니 느낌은 완전 달랐지만요. 그래서 그냥 당근에다가 가볍게 ‘저희 집으로 와서 혹시 같이 밥 먹을 분들 계세요’ 하고 올려본 거죠. 저도 올리면서 과연 모일까 싶었는데 열흘 만에 여섯 명이나 모이더라고요. 제 생각보다 빨리 모였어요.

모임은 보통 어떻게 진행돼요?

대부분 저희 집에서 열리는데요. 저까지 여섯 명이 모여서 함께 밥을 먹어요. 각자 2만 5천 원에서 3만 원 정도 재료비만 내고요. 메뉴는 대여섯 가지씩 제가 직접 요리해요. 오시는 분들 구성을 보면 반은 새로 오신 분, 또 반은 쭉 오셨던 분들이 오세요. 

첫 모임에는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 기억나세요? 

자영업 하시는 분도 있었고, 가정주부도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요리,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였던 것 같아요. 집밥이 그리웠다는 분도 있었고요. 참, 저랑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서 걸어오신 분도 두 분이나 계셨어요. 이 동네는 보통 차를 타고 다니는데 걸어서 5분, 10분 거리에서 오셨다니까 신기하더라고요.

모임의 메뉴 선정은 보통 어떻게 하세요? 

날씨가 가장 크죠. 추울 때 따뜻한 거 먹고 더울 때 시원한 거 먹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신경 쓰는 게 제철 재료인데요. 사는 게 뭐라고, 바쁘게 살다 보면 정작 계절에 맞는 음식을 챙겨 먹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집밥 모임에서는 꼭 ‘계절이 변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해요.

제철 음식이라니! 요즘은 친구들 만나도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저도 사실 예전엔 배달을 많이 시켜 먹었어요. 딱히 당기는 게 없기도 하고, 1인분만 요리하려니 배달이 훨씬 낫거든요. 그런데 배달 음식은 먹을 땐 좋은데 먹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아무리 맛있는 거여도요. 또 혼자 살면 최소 주문 금액 때문에 많이 시켜야 되잖아요. 그럼 또 남기게 되고. 다음 날 남긴 걸 먹을 때는 음식물 처리한다는 생각에 식사도 별로 즐겁지 않고요.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시작하신 걸까요? 

그랬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처음 요리하게 된 계기도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였어요. 서울에서 자취할 때 친구들 만나려면 멀리 홍대까지 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때 ‘친구들이 우리 집 쪽으로 와서 같이 놀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좋아하는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주면, 더 편하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제 요리를 한번 맛보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다른 요리도 해볼까 하면서 점점 요리에 재미가 붙은 거죠.

할수록 요리도 많이 느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럼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자신감이 붙어서 다양한 걸 시도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제가 요리를 좀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이 맛있는 걸 나 혼자 먹기에 너무 아깝달까요. 같이 먹어야 이 맛을 나눌 수 있잖아요. 

유찬 씨의 집밥 모임, 그리고 요리에는 ‘함께’라는 단어가 스며 있다. 가족을 뜻하는 우리말 단어 ‘식구(食口)’는 ‘함께 밥을 먹는 입’을 뜻한다. 이처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일상과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과 의미가, 여러 명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모임에서는 어떤 요리를 하셨어요? 

얼마 전에 꽃게가 제철이라 보일링 크랩을 해 봤는데 모임원분들 반응이 정말 좋더라고요. 보일링 크랩이 미국 남부나 멕시코 지역 어부들이 갓 잡은 해산물과 감자 등을 함께 익힌 요리거든요. 미국에서는 정말 흔하게 먹을 수 있는데 국내에선 되게 비싸게 팔아요. 이 음식의 묘미가 비닐에 마구 펼쳐놓고 손으로 잡고 먹는 건데, 식당 가서 그렇게 먹기 좀 그렇잖아요. 파는 곳도 많이 없어서 돈 주고도 못 사 먹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했죠. 먹기 전에 요리를 설명해 드렸는데, 되게 신기해하시면서 제 설명에 따라 맛을 음미하시더라고요. 그냥 요리만 딱 내어주는 게 아니라, 저도 같이 앉아서 먹으면서 이건 어떻게 만들어진 요리고 재료를 어떻게 구했고 이런 설명을 해 드리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는데요?

기본적으로 메인이 되는 식재료들은 제가 산지 직송으로 신선한 재료를 주문해요.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 오기도 하고요. 이런 적도 있어요. 마침 모임 오시는 분 중에 장어집을 하시는 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분이 장어를 가지고 올 테니 한번 같이 먹어보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럼 이제 그 재료로 뭐 할까 고민하는 거죠. 곁들일 수 있는 대하 요리나 찌개 요리를 같이 준비하는 거예요.

엄청 푸짐하네요! 한 번씩 모임할 때마다 공수가 꽤 많이 들겠는데요? 

오히려 좋아요. 혼자 해 먹으려고 해도 마늘, 양파 같은 기본적인 재료는 어차피 사야 하는데 낱개로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혼자 해 먹고 나면 재료를 많이 버리게 돼요. 양파 같은 건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방 흐물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준비하는 게 혼자 먹는 거나 여러 명이 먹는 거나 어차피 똑같아요. 양만 더 많이 하면 되는 거라서요. 여럿이 같이 먹는 게 여러모로 좋죠.

모이기만 하면 더 맛있는 요리를, 더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거네요. 

맞아요. 함께 먹을 때 재료비가 인당 2~3만 원 정도 드는데 혼자서 이 돈으로는 닭발, 치킨 이렇게 메뉴 하나밖에 못 시키잖아요. 그런데 함께하면 정말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모임 오시는 분들이 때마다 이건 어디서 얻은 신선한 재료다, 하면서 여행 다녀온 곳 특산물을 가져오기도 하세요. 같이 먹자고 가져오시는 것도 많아서 매번 풍족하죠.

여럿이 함께할 때만 얻어갈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은 조금 수고스러워도 모이면 정말 재밌거든요. 이제는 모임을 열 때마다 어떤 분이 올까, 이번 요리도 좋아해 주실까, 이런 기대감까지 들어요. 오셔서 너무 맛있게 드셔주시면 저도 좋고 뿌듯하고요.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싶은 거죠. 이런 게 즐거움이고 무엇보다 행복하니까 모임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고요. 모임이 끝나면 다들 같이 청소도 해주시고 설거지 같이 하고. 되게 고맙죠. 

3교대 근무하는 수술 전문 간호사,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운전 기사, 설비 전문 특수 용접 기능사... 모두 유찬 씨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이웃들의 직업이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자고 모였는데, 직업부터 배경까지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문 너머 가까운 공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교류하기 힘들었던 이웃 간의 담이, 밥 한 끼로 모두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집밥을 먹으면 생기는 일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임에 오시네요. 신기할 정도로 직업이 가지각색이에요.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죠. 옛날 친구들 몇몇, 회사 사람들이 그만이죠. 

그마저도 관심사나 사는 곳이 달라지면 연락을 잘 안 하게 되죠.

맞아요. 근데 동네 분들을 만나면 일단 집 근처니까 너무 편하고, 다양한 배경, 직업이신 분들도 만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모르는 사이니까, 아는 사람보다 더 편히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건가요? 

고민이 있을 때 가까운 사람들한테 말하기 힘들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오히려 모르는 분들이니까 더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공감도 하면서 또 다른 답을 얻어가시는 분도 계시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분도 있으세요? 

한 번은 사회생활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히키코모리, 소위 은둔형 외톨이었다고 털어놓은 분도 계셨어요. 딱 서른 살이 되신 분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두려움도 많고 집 밖으로 못 나왔던 아픔이 있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은 집밥 모임에 나오기도 쉽지 않으셨겠어요. 

크게 마음먹고 용기 내서 오셨대요. 아무래도 같이 집에서 밥을 먹으니까 편해 보인다고 해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밥은 먹어볼 수 있겠다 싶었대요. 

그런데 되게 신기한 게, 그분이 집밥 모임 나오신 후부터 점점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연애 상담도 해 드렸거든요. 우리 모임에 와서 여기 있는 동네 언니 오빠들한테 물어본 거죠. 저희 모임원분들이 그분한테 엄청 몰입해가지고 상담해 주시는 거예요. 한 가지 씁쓸한 건 잘 돼서 커플이 됐는데 커플 되자마자 안 오시더라고요, 하하. 근데 전혀 서운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무슨 일 있으면 또 얘기하고, 여유 있으면 나오고 그런 거죠. 저는 오히려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집밥 모임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분은 이 모임을 계기로 마음의 문을 여신 거네요. 

다른 모임은 운동, 취미를 같이 하는데 이 모임은 그냥 집에 모여 같이 밥 먹는 모임이잖아요. 맛있는 거 같이 먹다 보면 관계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모임보다 금방 친해지는 것 같고요.

그 공간이 누군가의 집이라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생각해 보면 친구 집에 놀러 가서 함께 밥 먹고 하면 금방 친해지잖아요.

그러게요. 진짜 어린 시절에나 자주 놀러 갔지, 요새는 이사 가고 결혼해야 보여주는 게 집이 됐잖아요. 편히 가기 힘든 게 남의 집인데, 이렇게 당근을 통해서 이웃집에 놀러 갈 수 있다는 게 새롭고 재밌는 것 같네요. 

요즘은 이웃 간 왕래가 정말 드물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서로 눈 피하기 바쁘니까.

사실 저만 해도 예전에는 이웃분들에게 인사를 못 하는 성격이었어요. 모임을 하면서 조금씩 바뀐 거죠.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모임에 오신 분 중에 바로 옆 동 사시는 분이 계셨는데, 이번 모임에 오시냐고 여쭤보니 몸이 안 좋아 못 오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둣국을 끓여서 드시라고 드렸는데 너무 감사해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모임에 그분이 직접 기른 야채를 선물로 가져오셨고요. 이렇게 가까운 이웃 간에 오가는 정이 있더라고요. 그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아플 때 챙겨주면 진짜 눈물 나게 고맙죠.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낫다’ 이 말이 달리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평소에 바로 옆집에 사는 분과 인사도 하고, 얼굴도 트면 이런 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데 그걸 못 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터뷰 중간, 잠시 동네를 함께 돌아보자고 제안하는 유찬 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여기는 아이들이 항상 많아요. 학원가인데 탕후루 가게가 인기가 많거든요. 저쪽도 보세요. 저기는 맥주 한 잔 할 때 좋은 곳. 만약에 저 가게에 사람이 많으면 이쪽 맥줏집도 괜찮아요. 동네가 크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어요.” 동네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유찬 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 되었다는 유찬 씨는 동네 곳곳 모르는 곳 없이 꼼꼼하게 소개한다. 동네를 떠나기 아쉬울 것 같다는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밥상 위 온기가 동네 곳곳으로 

동네를 속속들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저희 모임이 밥만 같이 먹는 건 아니에요. 채팅방에서 동네 맛집 같은 것도 공유하고, 새로 문을 연 카페 정보도 공유해요. 저는 새로 이사 왔으니까 아는 곳이 없잖아요. 어디가 좋은지도 몰랐는데,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많이 알게 됐어요. 모임을 통해서 몰랐던 동네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 이 동네를 떠나기가 정말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고요.

1년밖에 안 되셨다고 들었는데, 이미 동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신 것 같아요. 

모임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니까 사람들끼리 챙겨주고 도와주고 이런 게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동네에 좀 더 소속감을 갖게 되고 애착도 생긴 것 같고요. 

옛날에는 이사 오면 집들이도 하고, 떡도 돌리면서 서로 인사했잖아요. 옆집에 가서 같이 밥을 먹거나 반찬을 나누거나 하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지금은 없어졌나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모임 하면서 만난 분들을 보니까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들은 여전히 그대로구나 싶어요. 사람들 마음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다가가는 방법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거죠.

그럼 유찬 님은 그렇게 다가가는 방법을 집밥 모임으로 되찾으신 거네요?

그런 셈이죠. 사실 새로운 집에서 낯선 이웃과 친밀감을 쌓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문을 안 열어봐서 모르는 거지, 막상 문을 여니까 저는 옛날에 있던 그분들이 그대로 계신 느낌을 받았어요. 당근이 그 문을 열어준 거죠. 

마음을 울리네요. 서로 몰라서 그렇지 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말이요. 

직접 기른 야채다, 낚시 갔다가 잡은 물고기다, 하면서 음식 재료를 가져오시는 분들 보면 마음이 되게 따뜻해져요. 그걸 보면서 ‘이거 갖다주면 되겠다’ 이렇게 저를 생각해 주시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이 정말 감사한 거죠. 

문만 열면 사람들은 늘 그곳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단지에서 스쳐 지나가던 이웃의 얼굴을 보며 상상해 보았다. 저 이웃분과 한 번쯤 한 식탁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어떤 음식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 어떤 이야기가 오가게 될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사는 동네의 온기가 더욱 뭉근해지리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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