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팅팀 콘텐츠 마케터 Linda예요. 자전거 타는 걸 배우고 싶을 때, 혼자 삼겹살 먹기 애매할 때, 동네 근처 착한 가게를 알았을 때… 어떻게 하세요? 누군가는 혼자 생각하거나 처리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친구에게 연락하거나 당근마켓에 글을 올리기도 할 텐데요. 이렇게나 다를 수 있는 성향을 보고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어요!
당근마켓하는 모습만 봐도 MBTI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아이디어에서 32만여 명이 참여한 당근마켓 씀씀이 MBTI 테스트가 탄생했답니다. 씀씀이 MBTI 테스트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그 과정을 얘기해볼게요.
처음 기획 땐 MBTI라는 컨셉으로 당근마켓 사용자들끼리 재미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이웃끼리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저는 이런 유형인데요~’ 하고 소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이웃 유형 MBTI 테스트’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이내 ‘사용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방식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당근마켓은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지만, 아직까지 중고 직거래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할 만한 주제로 테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고, 그 결과 자신의 거래 성향에 따라 MBTI를 살펴볼 수 있는 ‘씀씀이 MBTI’가 탄생했습니다.
당근마켓은 씀씀이가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앱이라고 생각해요. 씀씀이가 큰 사람이라면 처분해야 할 물건이 많다는 뜻이고, 또 반대로 씀씀이가 작고 구매에 신중한 사람이라면 중고거래로 알차게 물건을 구매할 테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는 당근마켓에서 저마다의 소비성향을 딱 한 단어로 소개해 보기로 했어요. 12개의 질문에 대답하면 MBTI 성격 유형 테스트처럼 16개의 결과 중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씀씀이 성향을 받아볼 수 있어요.
마케팅팀에서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성을 짠 후, MBTI에 과몰입하는 팀원들을 수소문해 모았어요. 라운지에 모여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질문과 로직을 짰답니다. 너무 길거나 복잡한 질문이 아니면서도 평소 거래 성향을 잘 알아낼 수 있는 질문으로요. 예를 들어 살펴보면요.
12개의 질문을 추린 후에는 검사 결과를 보여줄 텍스트를 고민했는데요. 이때 가장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극단적인 이미지로 정의하지 않으면서도 ‘이거 완전 난 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찰떡같은 표현을 찾아야 했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성향의 답변을 받아도 그 누구도 불편하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재미로 한 성향 테스트를 통해서도 내 자신을 더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되돌아보기를 바랐어요.
예를 들어 무턱대고 ‘돈을 많이 쓰시는군요!’ 보다는 ‘자신을 기분 좋게 하거나 즐겁게 하는 것에 돈을 턱턱 쓰곤 해요!” 라고 표현했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던 건 테스트였어요. 당근마켓은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며 빠르게 실험하는 문화를 지향하는데요. MBTI 테스트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먼저 실험해 보았어요. 다른 팀과의 회의가 끝나고, 식당에서 우연히 다른 팀원과 마주쳤을 때, 복도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 마주친 당근마켓 구성원 모두가 마케팅팀의 실험 대상이 됐어요. 5분 정도 양해를 구하고 씀씀이 MBTI를 써 보게 하고, 결과가 맞다고 생각하는지, 표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같이 피드백을 받았어요. 테스트 대상이 되어준 많은 팀원 분들이 기꺼이 재미있게 참여해 주시고, 참신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더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저 아닌데요?’라는 냉철한 판단도 정말 도움이 됐답니다.
씀 씀이 MBTI를 만든 후에는 해당 테스트를 사용자들이 할 수 있도록 홈 피드에 올렸어요. 당근마켓에서는 Prismic이라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콘텐츠 관리 시스템)를 이용해 마케팅 게시글을 올리는데요. 씀씀이 MBTI 캠페인이 Prismic을 활용한 첫 콘텐츠였어요. 제가 입사한 이후 개발자와 딱 붙어서 협업한 첫 번째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기획, 개발, 디자인은 동시에 짧은 주기로 진행됐어요. 예컨대, ‘씀씀이 MBTI’라는 전체적인 기획이 나온 상태에서 대략적인 UI를 짰고 그를 토대로 개발을 시작했어요.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 로직을 먼저 짠 거죠. 그리고 이후 세부적인 캠페인 비주얼이 정해지면 디자인을 얹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기획돼야 하는 화면이나 텍스트 수정사항이 있으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했어요. Bucky가 문구가 비주얼이 바뀌어도 추가적인 개발 공수 없이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Prismic 기능을 잘 만들어주셨어요. 덕분에 자잘한 제안이나 수정사항이 있어도 추가적인 리소스를 들이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었어요.
가장 큰 구조를 먼저 개발하고 점점 살을 얹혀 가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틈틈이 팀 내에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 반영했고요. 모두의 머릿속에 완성품이 그려진 채로 출발한 게 아니라 같이 그려나갔다는 점에서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애자일 방식이더라고요! PM이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콘텐츠나 캠페인을 만들 때도 애자일한 방식으로 일해본 경험이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씀씀이 MBTI는 기획 초기부터 바이럴을 목표로 한 콘텐츠라, 사용자들이 재미있고 편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웹뷰로 진행했어요. 당근마켓 앱이 없더라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이후 캐나다에 진출한 당근마켓 글로벌 서비스 Karrot에서 한인 커뮤니티 바이럴에서 활용됐답니다. Karrot 내 한인이 올린 게시글로 랜딩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 활용하였고 효과가 꽤 좋았어요. 당근마켓 사용자들이 더 많은 당신 근처의 이웃과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씀씀이 MBTI 프로젝트는 32만여 명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답니다.
당시에는 MBTI 성격 유형 테스트가 이렇게 오래 유행이 될 줄 모르고,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진행했는데요. 돌이켜보니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 기획, 디자인, 개발, 테스트를 병렬적으로 진행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과정 자체가 당근마켓이 일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첫 협업이었던 만큼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당근마켓에서는 소속된 팀 외에도 다양한 팀 혹은 TF, 프로젝트로 소속되어 겸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어진 역할이나 일에 갇히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가고 결과물까지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성취감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도전과 성취가 모여 더 큰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힘이 되고요. 앞으로도 구성원 내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더 멋진 캠페인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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