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법’을 많이 고민한 조직이 채택한 방법론

문화 | 2023-11-01
‘일 잘하는 법’을 많이 고민한 조직이 채택한 방법론_포스트썸네일

안녕하세요, 당근 운영개발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Judy.Lee예요. 

‘운영실’, ‘운영개발팀'이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 어떤 일을 하는 팀인지 바로 떠올리기 어려울 텐데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 입사했을 땐 전혀 감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입사 후 어느덧 2년이 지난 지금은 나름대로 운영개발팀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운영실은 사용자들이 당근의 여러 서비스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팀이에요. 그중에서도 운영개발팀은 운영팀과 함께 서비스 운영실에 소속되어 있는 조직인데요. 사기를 포함해 당근을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는 각종 스팸과 어뷰징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는 보안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사용자들이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찾아보는 FAQ와 문의를 남기는 고객센터도 운영실에서 담당하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당근 운영실의 목표는 아주 명확합니다.

  • 첫 번째는 글로벌을 포함한 당근의 모든 서비스 운영에서 기술을 통해 ‘설명이 필요 없는 고객 만족’을 만들어 내는 것이에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해서 빠른 속도와 높은 퀄리티를 겸비한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두 번째는 변화하는 어뷰저의 패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처럼 목표의 특성상 담당하는 범위가 워낙 넓고, 여러 팀과 협업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 회의, 협업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워낙 ‘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러한 방법론을 ‘팀이 어떻게 소화하느냐’인 것 같아요. 각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 프로덕트의 단계도, 팀의 상황이나 성향도 다 다를 테니까요. 당근 서비스 운영실은 ‘일 잘하는 법’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가장 운영실답게 소화하게 된 일하는 방식이 있는데요. 그에 대해 여러분에게 하나씩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Shape Up 🔥

작년까지만 해도 운영실은 분기마다 OKR을 설정하면서 1주 단위의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Django가 Basecamp의 Shape Up 글을 읽고 운영실에 소개해 주었어요. 이후 2023년 상반기 OKR 논의에서 PM인 Chloe의 제안으로 Basecamp의 Shape Up 방법론을 운영실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당근 운영실의 스프린트는 8주 단위로 진행돼요. 올해부터 반기 단위로 OKR을 설정하기로 해서, 반기마다 3개의 스프린트가 진행되는 꼴인데요. 8주 중에서 6주간은 스프린트 진행을 하며 팀에서 우선순위에 맞춰 진행하기로 한 업무를 진행해요. 나머지 2주는 미처 끝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고, 이번 스프린트를 회고하고 다음 스프린트에 할 일을 정하는 기간이에요.

운영실에서 Basecamp의 Shape Up 방법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는지 말씀드려 볼게요.

회고 및 문제 (재)정의

해당 분기의 Objective와 이전 스프린트에 대해 회고하며 우리가 진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설정했는지에 대해 생각해요. OKR이 반기 동안 궁극적으로 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라면, 스프린트의 문제는 KR을 달성하지 못하는 원인, 즉 KR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임팩트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이에요. 회고와 문제 재정의 시간에는 구성원 모두가 정의한 문제에 동의하는지,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지금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해요. 이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OKR을 수정할 수도 있어요.

피치덱(Pitch Deck) 작성

피치덱에는 앞서 정의된 문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시간, 문제 해결 방법, 예상되는 리스크, 이번 해결책에서 다루지 않는 예외 사항을 포함해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해결책을 생각해서 작성해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미 문제를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피치덱에서는 해당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로지 해결책에만 집중합니다.

Betting 할 일 정하기

작성된 피치덱을 바탕으로 Betting을 진행하는데, 다음 6주간 진행할 일을 고르는 시간이에요. 피치덱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할 일과 담당자를 결정해요. 운영실은 Betting을 할 때 다음 요소들을 고려해요.

  • 6주 이내에 할 만한 일인가?
  • 해결책이 매력적인가?
  • 해결책을 실행하기에 적절한 시기인가?
  • 적절한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가?

Betting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장점을 한 가지 발견했는데요. 바로 이 시간에 생각나지 않던 해결책이 이후에 떠올라도, 이번 스프린트에서 반드시 해야 할 만큼 중요한 해결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준다는 것이에요.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 물론 필요한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Betting 과정이 없던 과거에는 그 판단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채 새로 생각난 아이디어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진행 방향을 트는 경우가 가끔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길어지거나 산으로 가 버린 때도 있었고요. 지금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바로 실행에 옮기기보다, 다음 스프린트 Betting에 가져가서 동료들을 설득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유연하게 적용하기도 하고요.

의욕이 넘치는 운영실 구성원들은 다들 많은 해결책을 실행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해결책을 합의된 언어로 정할 수 있도록 Betting 시간이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Shaping 해결책 기획하기

Shaping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기획하는 프로세스예요. Betting 과정에서 정해진 일의 각 담당자가 프로젝트마다 Shaping 시간을 잡아서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구현 방법을 논의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기도 해요. 핵심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동료들과 싱크를 맞춘 후에 구현을 시작한다는 점이에요.

Building 구현하기

Building은 피치덱에서 진행하기로 한 일을 자율성을 가지고 구현하는 기간이에요. 구현한 기능은 Building 기간 내에 배포해야 하고, 당연히 테스트와 QA까지 포함되어야 해요. Shaping 기간까지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에 대한 how-to를 동료와 함께 고민한다면, Building 기간에는 각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오너십을 가지고 태스크를 나눠서 구체적인 구현을 진행한 후 실제 제품에 반영시켜요. 

오너십을 가지고 개발한 기능이 배포되고 우리가 정의했던 문제가 비로소 해결되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물론 그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아요. 구현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마주칠 때도 있고, 빠르게 대응이 필요한 긴급한 이슈가 생길 때도 생기죠. 하지만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도 걱정 없이 잘 헤쳐 나갈 수 있어요.

Cool down 쉴 땐 제대로 💨

6주의 Building 기간이 끝나면 2주간의 쿨다운 기간을 가져요. 쿨다운 기간에는 휴식을 가지거나 지난 6주간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어요. 추가로 회고 및 문제 재정의, 피치덱 작성, Betting, Shaping을 하는 기간도 포함돼요. 이후에는 다시 6주의 Building 기간을 시작하며 사이클을 반복해요.

당근 운영개발팀 PM Chloe가 그려준 연간 업무 사이클

당근 운영개발팀 PM Chloe가 그려준 연간 업무 사이클

Shape Up 방법론을 적용한 이후에 운영실에서는 회고와 문제 정의, 피치덱 작성과 Betting 과정의 효과를 가장 크게 느꼈어요. 이전에는 개발하다 보면 문제를 잊어버리고 구현에만 집중해서 OKR을 달성하지 못한 채 회의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해결책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데요. 함께 피치덱을 보며 각자가 생각한 해결책을 공유하고 논의하다 보면 사실은 더 좋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많아요. Betting 시간에 내가 생각한 해결책을 모두 늘어놓아 보고, 그중에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에 대해 동료들에게 이게 왜 좋은 해결책인지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열린 사고를 가지게 되고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잘 정할 수 있게 되거든요.

과거 1주 단위로 스프린트를 진행할 땐 한 주 한 주가 물 흐르듯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었는데요. 8주 단위 스프린트로 변경된 후에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일하게 된 느낌이었고, 덕분에 더 주도적으로 업무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이끌어갈 수 있었어요. 운영실 구성원 모두가 Shape Up을 적용한 것에 만족했고요! 이전보다 긴 호흡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모두가 심리적으로 여유를 가지게 됐고, 스프린트를 진행하는 동안 상황에 따라 각자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오늘은 서비스 운영실이 소화한 OKR & Shape Up 방법론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다음 2편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운영실만의 독특한 일하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준비 중이에요. 이 글을 통해 운영실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 채용 공고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

Judy.Lee

Software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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