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뻔한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이웃, 집 앞에서 마주친 이웃과 가볍게 나누는 인사, 중고거래를 하며 만난 이웃에게 쑥스럽지만 조심스레 ‘혹시.. 당근이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용기.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서로 눈을 맞추면서 세상과 더 따뜻하고 가깝게 연결되는 순간들이에요.
당근 팀 Yeda는 구성원 중에서도 이러한 ‘동네의 연결’을 가장 깊게 경험하고 있어요. 당근에 오기 전부터 쭉 중고거래 서비스의 단골이었거든요. 일상이자 취미였던 중고거래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중고거래실 PM Yeda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중고거래실과 피드실에서 PM으로 일하고 있는 Yeda입니다. 2021년 초에 합류해서 이제 3년 가까이 당근과 함께하고 있어요.
중고거래는 당근에 오기 전부터 제가 정말 잘 쓰던 서비스였어요.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중고거래를 많이 했는데요. 거래했던 이웃들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종종 마주치고 인사하며 아는 사이가 되어가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거래할 물건만 보였는데, 점점 ‘우리 동네에 이런 이웃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이웃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울 때는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당근 거래를 통해 이웃과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위로와 용기를 많이 주고받았어요. 당근에 합류한 이후로 사용자로서 잘 쓰던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가까운 이웃을 연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뿌듯함도 많이 느껴요.
PM으로서 중고거래 서비스 안에서 ‘동네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일을 해요. 이웃끼리 서로 발견하는 순간을 늘리고, 연결의 거리를 더욱 가까이 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단순히 사람과 물건을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이웃과 따뜻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만드는 게 중고거래실의 역할이에요.
그중에서도 더 좁은 지역의 연결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직은 당근에서 동네 의 범위가 넓다고 생각해요. 가장 쉽게 중고거래의 예시를 떠올려 보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있잖아요. 지금은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동네가 아닌, 꽤 먼 곳까지 연결되고 있는 건데요. 저희는 이런 연결의 거리를 조금 더 좁혀가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더 가까운 연결을 만들기 위함이에요. 당근이 추구하는 하이퍼로컬의 핵심은 걸어서 만날 수 있는 이웃들과 더 많이 이어지도록 목표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진짜’ 일상을 보내는 거리 안에서 이웃과 연결되어 더 따스하고 풍요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집 바로 근처에서 다양한 일을 쉽고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동네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이 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근에서의 동네가 더 좁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좁게 이웃들을 연결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데요.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파트, 대학교처럼 더 작은 범위에서 이웃 간의 교류를 만드는 서비스예요. 아파트나 대학교를 생각해 보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소속감도 생기잖아요. 이런 더 작은 단위로 묶이는 사람들을 당근 안에서 모아두었을 때, 더 많은 거래나 모임 등 연결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아직 MVP(최소 기능 제품)를 런칭한 지 4~5개월 정도로 초기 단계에 있는데요. 약 30여 개 아파트 단지에서 그룹 기능인 ‘라운지’를 오픈했고 참여를 유도하며 가까운 이웃 간 거래가 더 발생하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가입률이 점점 더 늘어날수록 거래도 많아지고, 더 작고 확실한 특성을 가진 동네 범위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요. 처음 입사한 2021년에는 전체 팀원이 100명도 안 됐고 중고거래팀에 제가 유일한 PM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이걸 내가 정해도 되나...?’ 싶은 것들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거쳐온 회사들은 대기업이라서 직접 큰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당근은 스타트업답게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챙겨야 하는 범위가 크더라고요. 처음에는 부담감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조직의 규모는 커졌지만 주도적으로 일하는 문화는 직군이나 연차 상관 없이 모두가 지향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이에요.
PM은 결국 제품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실험을 많이 해야 하는데요. 실험 문화가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특히 데이터와 실험에 관련된 변화가 와닿더라고요. 든든한 동료들이 많아졌고 각자 전문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중고거래실뿐 아니라 당근의 모든 팀은 실험을 정말 많이 해요. 하지만 처음 당근에 왔을 때만 해도 한 분기에 한 개의 실험을 겨우 하는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한 분기 동안 돌아가는 실험이 수십 개에 이를 정도로 중고거래실 뿐만 아니라 당근 전체적으로 실험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어요. 더 많은 실험을 쉽고 빠르게 하기 위 해, 전사적으로 실험을 잘 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어요. 데이터가치화팀의 든든한 백업과 함께, 각 팀의 데이터 분석가들이 활약하며 실험 프로세스를 정비하기도 하고 실험을 위한 플랫폼도 만들고 있어요.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당근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기에, 참고할 만한 업계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도 당근에서 PM으로 일하며 겪은 특징이에요. 기존에 잘하던 걸 쭉 유지하면 되는 게 아니니까, 매 순간이 새로운 시도였죠. 그래서 내부적으로 더 단단하게 방향성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사용자와 서비스, 당근이라는 회사의 방향성 전반을 아우르며 깊게 고민했어요.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서 당근만의 길은 무엇일지, 동네를 더욱 풍요롭게 또 편리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지 찾으려고 해요. 이리저리 부딪치며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자주 맞닥뜨리는 게 어려움이자 곧 PM으로서 일하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거래 후기를 더 잘 작성하도록 유도하는 실험이 기억에 남아요. 이웃과 거래한 경험이 정말 좋으면 따뜻한 거래 후기를 남기잖아요. 이러한 거래 후기를 더 활발하게 남기도록 하기 위한 실험이었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상품 구매 후기와 다르게, 중고거래 후기는 이웃과의 대화 시작, 거래, 만남의 과정에서 온 전반적인 경험을 담아내는 역할이 더 커요. 거래했던 물건 자체보다 이웃과 나눈 말 한마디가 더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하는 것처럼요. 따라서 쇼핑 몰 등 커머스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평점이나 리뷰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더 중요한 건 따뜻한 경험을 한 사용자가 자연스레 거래 후기를 남기고 또 다음 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유도하는 거였죠. 이를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실험에 앞서, 데이터를 통해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후기를 덜 작성한다’는 걸 확인했어요. 판매자는 게시글을 ‘거래 완료’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후기를 작성하게 되지만, 구매자는 물건을 받는 순간 거래가 끝났다고 느껴서 다시 앱을 켜고 거래 후기를 쓸 동기가 부족했던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가 후기를 쓰기까지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수많은 아이디어 논의를 거쳐 ‘거래가 완료된 게시글의 채팅 시스템을 활용해 후기 작성을 권유하는 메시지 보내기’를 시도했어요. 실험 결과 임팩트가 컸어요. 함께 거래한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볼 것을 추천하자,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거래 후기가 약 15% 정도 증가했어요. 늘어난 거래 후기만큼 이웃과 따뜻하게 연결되었다고 느낀 사용자도 더욱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서 당근을 통해 동네 이웃들이 서로 연결된다고 했는데요. 저에겐 당근에서 일하는 것 자체도 세상과의 연결로 느껴져요. 세상의 필요와 나의 쓸모가 연결되는 지점에 일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를 선택할 때도 그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고, 많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당근에서 일하면서 일과 일상이 하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일과 삶의 경계가 흐릿해졌음에도 ‘힘들다’가 아니라 ‘즐겁다’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건 나의 일이 세상과 잘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일은 힘든 것, 삶은 좋은 것 이렇게 딱 나누지 않고 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하는 게 즐거워요.
일을 하나의 의미로 정의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고마운 생계 수단이자, 즐거운 취미이기도 하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다채로운 의미를 가진 일의 특성을 이해해야 더 지속 가능하게 일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내 일로 세상의 어떤 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의미가 훨씬 깊어지고요. 그런 면에서 당근에서의 일은 세상과 나 사이의 더 가깝고 따뜻한 연결 또한 가능하게 해준다고 느껴요. 당근은 동네 서비스라, 평소에 동네를 걷다가도 종종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일을 하다가 중고거래를 하러 가고, 중고거래를 하는 중에 갑자기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재미와 성취, 보람이 모두 연결되는 지점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하며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이런 고민을 하실 텐데요. 저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며 성장했다기보다 프로덕트든 업무의 도메인이든 새로운 변곡점이 생길 때마다 계단식으로 성장했던 것 같아요. 변화가 있으면 꼭 어느 쪽으로든 성장이 있었던 거죠. 당근은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하는 환경이에요. 시니어라면 프로덕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해 나갈 게 많고, 주니어라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결정해 나가면서 성장하게 될 거예요.
신입 때는 더 빨리 아는 것이 많아져야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관계 속에서 퍼즐을 맞추듯 완성해 나가는 게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할 때보다 동료와 함께일 때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당근에는 이러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뛰어난 동료가 정말 많아요. 그런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더 따뜻한 동네를 만들어간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당근은 계속해서 ‘슈퍼 로컬 앱'이라는 비전을 새롭게 써 나가고, 이를 위한 방향성을 찾 아가는 중이에요. 누군가 정해준 대로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며 서비스도 구성원도 함께 성장하고 있죠. 그렇기에 모험심을 갖고 유연하게 사고하며, 주도적으로 일하는 분이라면 당근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얼른 만나서 함께 더 가까운 동네의 연결을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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