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근에서 Data Scientist, Decision으로 일하고 있는 Matthew라고 합니다. 2018년에 당근에 합류해 어느덧 햇수로 6년째 함께하고 있는데요. 10명 내외였던 당근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중고거래 팀, 그로스 팀, 데이터 TF를 거쳐 지금은 데이터 가치화 팀에서 리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데이터 가치화 팀은 2주에 걸쳐 앞으로 3년 동안 할 일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년 계획’을 짜는 건 6년 동안 당근에서 생활하며 특히 새로웠던 경험인데요. 팀 내에서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며 이 경험이 좋았다는 공감대도 발견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3년 로드맵을 만든 저희의 경험을 글로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팀마다 전사에 공유할 OKR 자료를 만드는 경험, 많이 해보셨을 텐데요. 당근에서도 분기별로 OKR을 설정해서 공유하고, 한 분기가 끝나면 이 목표에 대해 회고해요. 지난 3월, 저도 여느 때처럼 데이터 가치화 팀의 23년도 2분기 OKR을 공유하려고 발표 자료를 만들다 문득 ‘이게 맞는 걸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멋진 비전이 많지만 그중 정말로 현실이 된 비전은 많지 않잖아요. 목표를 진짜 이루려면, 비전을 정하는 것 이상으로 (1)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과 (2) 비전을 현실로 만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분기마다 세우는 OKR을 넘어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데이터 가치화 팀이 풀어야 하는 문제 안에는 다양한 하위 문제가 존재해요. 그만큼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단기 목표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죠. 따라서 긴 호흡과 넓은 시야로 팀의 미래를 바라보는 게 중요했어요.
고심 끝에, 2주 정도 팀 전체적으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로드맵을 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던 일을 다 멈추고 로드맵에 시간을 쏟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제안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요. 감사하게도 동료 리더인 Ian, 팀원들 그리고 경영진까지 모두 제안에 공감하고 동의해 주었어요. 그렇게 데이터 가치화 팀은 2023년 2분기 OKR을 정하는 대신 다 같이 모여 팀의 비전과 이에 따른 3년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팀 전체의 시간을 투자해서 만 드는 로드맵이기 때문에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따라서 3년 계획을 세우는 2주 동안 달성해야 할 결과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으니, 다음으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실행할 방법과 그 단계를 정해야 했어요. 당시 데이터 가치화 팀원은 총 8명이었는데요. 팀원마다 합류한 시점도, 데이터 도메인에 대해 고민한 깊이도 달랐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풍성한 의논을 위해서는 사전에 각자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사전 준비 단계’와 ‘실제로 로드맵을 짜는 단계’를 구분했습니다. 각 단계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아요.
제일 먼저 데이터 가치화 팀의 과거를 돌아봤어요. 로드맵을 정하다 보면 아무래도 미래에만 집중하기 쉬운데요. 사실 미래는 과거, 현재와 깊이 연결되어 있잖아요. 미래를 그리려면 과거를 잘 떠나보내고,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을 가져야 해요.
우선 팀 혹은 팀원 개인이 해왔던 일에 대해 충분히 자축한 다음, 그 과거를 말끔히 비우려고 했어요. 우리에게는 참 중요했던 일들이 미래를 봤을 때는 중단해야 할 일인 경우도 많아요. 과거에 해온 일을 모두 비워내야, 있는 그대로의 우리와 현재 상황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음으로는 현재, 즉 데이터 가치화 팀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문제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는 거창한 미래의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겪는 크고 작은 힘듦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현재의 우리를 똑바로 보는 방법은 창업자가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과정을 참고하면 좋아요. 나와 팀에서 시작해 회사, 업계 그리고 세상으로 넓혀가는 생각 프레임을 통해 넓은 시야로 현재를 바라볼 수 있어요.
나와 팀에서 시작해 회사, 업계 그리고 세상으로 넓혀가는 생각 프레임
과거와 현재를 생각했다면, 마침내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해보는 단계로 넘어가요. 이때 데이터 도메인 차원에서 당근과 세상의 변화를 같이 생각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하나씩 해결해야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울 수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따라서 팀원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나눴어요.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8명이 함께 모여 로드맵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의논하는 단계로 돌입했어요. 이때는 논의 과정에서 모두가 같은 이해를 가지는 게 핵심이었어요. 우리가 만들 로드맵은 무슨 제품을 어떤 순서로 만들지 정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제품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아주 명확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었어요. 우리가 매일 겪는 진짜 문제가 뭔지 확실하게 정의해야 했죠. 모두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정말 사용자를 위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결국 3년 로드맵의 구상은 함께 다음 질문에 대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었어요.
누가(who) 어떤 문제(what)를 겪고 있고, 그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고(why),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how)
데이터 가치화 팀은 그동안 데이터를 통해 회사와 서비스, 구성원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임팩트를 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 왔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라는 큰 문제를 보느라 그 안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할 때, ‘뭐부터 해야 할지’의 기능적인 시선으로만 접근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막힐 때가 많은데요. 딱 그런 경우였어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의 행동이 마법처럼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따라서 이번 워크숍에서는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든 후, 이를 토대로 제품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정리하고자 했어요. 제품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모두 생각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거예요. 제품은 만드는 중에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사전에 너무 디테일하게 정의하기보다는 개괄적인 핵심 내용을 정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요. 린캔버스는 그런 부분에서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해서, 린캔버스를 사용해 제품을 정의해보자고 팀을 설득했어요.
제품 정의 프레임워크, 린캔버스
2박 3일 동안 머물며 3년 로드맵을 정했던 워크숍 장소
팀이 함께 문제와 제품을 정의하고 로드맵까지 쭉 의논하는 과정은 2박 3일의 워크숍에서 이루어졌어요. 자세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서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할지 미리 정해놓았는데요. 각자 준비를 많이 한 만큼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모든 내용을 Figjam으로 적어가며 진행했는데, 그 기록이 어마어마해요.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긴 어렵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저희 팀의 모습을 공유해보고자 해요.
치열했던 2박 3일 워크숍은 끝났지만, 저를 포함한 리더 그룹이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어요.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로드맵이라는 실제 결과물을 완성하는 건 리더 그룹의 역할이었거든요. 워크숍을 다녀온 이후 약 2주 동안 논의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제품 정의를 다시 해보고, 서로 연결시켜보고, 다시 한번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되새겼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만큼, 또 그려야 할 미래가 3년이라는 긴 시간인 만큼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계획 설정보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데이터 가치화 팀은 데이터라는 큰 도메인을 맡고 있기에, 팀의 비전과 로드맵에 있어 전사의 공감 또한 필요했어요. 따라서 PM, 디자이너 직군 그리고 경영진에게 피드백을 받고 3~4번 정도 더 내용을 수정했어요. 다양한 의견을 통해 균형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일처럼 도와줬던 다른 팀원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올해 5월, 마침내 완성된 데이터 가치화 팀의 비전과 로드맵을 전사에 발표했습니다. ‘매일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큰 비전에 따라, ‘데이터 가치화 플라이휠’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more & happier user”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방법과 로드맵을 고안했어요. 사용자 정보로 인사이트를 강화하여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당근 팀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죠. 지금은 로드맵에 맞게 조직 구조를 갖추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에요.
팀과 함께 3년 계획을 만드는 건 뿌듯하고 좋은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큰 로드맵 안에서 일했던 적이 없어서 그 과정이 생소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 분기 회고를 하며 다른 팀원들의 소회도 들어볼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팀원 모두 로드맵을 만든 경험을 좋은 기회이자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더라고요. 팀의 큰 그림을 그려두니 팀원 개인의 불안감은 줄어들고, 자신감을 가지고 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이야기한 팀원도 있어요. 처음에는 잘 끝낼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실제로 함께 만들고 나니 앞으로의 데이터 가치화 팀이 더욱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팀이 어디로 가야 할지, 그곳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 함께 맞춰가면서 신뢰도 쌓이고 일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고 느껴요.
앞으로도 데이터 가치화 팀은 함께 만든 비전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고 해요. 3년 로드맵을 통해 혼란은 줄이고,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남은 건 달리는 것뿐이죠.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다면, 또 이렇게 세운 3년간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분이 있다면 꼭 데이터 가치화 팀에서 곧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Data Scientist, Dec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