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당근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Bunny입니다.
벌써 당근에서 일한 지 1년이 되어가네요. 작년 이맘때,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중고차팀 인턴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이제는 정규직 디자이너로서 팀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턴 시절에 썼던 일기장을 우연히 꺼내 읽게 되었어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더라고요. 그 시간을 되짚으며, 문득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배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성장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제 일기의 일부를 공개하려고 해요. 제가 걸어온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힌트나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3.12.05(월)
당근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턴 공고가 떴다. 보자마자 ‘이건 당장 지원해야지’ 생각했는데 솔직히 고민도 된다. 일단 나이부터가 신경 쓰인다. 이제 인턴을 하기엔 살짝 늦은 게 아닐까 싶고… 또 친구들 말로는 당근 같은 회사는 나 같은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게다가 당근은 잘하는 사람들도 많고 채용 기준이 높기로도 유명하다던데, 괜히 지원했다가 면접도 못 보고 떨어지는 거 아닐까 싶다.
그래도 좋은 기회라면 도전은 해봐야지 싶은 맘도 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당근은 워낙 유명한 IT 회사라, 도전해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일단 지원부터 하고 보자! 🔥
2024.01.04 (목)
며칠 전 당근에서 인턴 면접을 봤는데, 오늘 합격 전화를 받았다. 결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오는 걸 보니, 나를 꽤 긍정적으로 봐준 게 아닐까.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 처음에 지원할까 말까 망설였던 게 무색할 만큼 너무 기쁘다.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 한구석에 애사심까지 살짝 생긴 걸 보면, 나도 참 단순한가 보다.
사실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같은 팀에 디자이너 사수가 없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맞는 방향인가? 싶어 혼란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팀에 디자이너 분이 있는 만큼 다른 회사생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궁금한 게 생기면 주저 말고 바로 물어보고, 프로젝트에 참여 할 기회가 생기면 겁내지 말고 도전해 봐야지! 근데 영어 이름도 만들어야 한다던데… 뭘로 하지? 당근에 맞춰서 귀엽게 Bunny 같은 건 어떨까? 아, 제발 이 이름 사용 중인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
2024.01.29 (월)
입사 당일 받았던 신규입사자 웰컴 키트
입사 첫날인 오늘, 버디인 Eddy랑 티타임 겸 원온원을 했다. 처음이라 회사가 너무 낯설기만 했는데 이런 버디라는 제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중고차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Eddy는 올해로 벌써 11년 차라고 한다. 처음 뵀을 때부터 느꼈지만 배울 점이 많은 분 같아서 운이 좋다고 느꼈다.
오늘은 Eddy랑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보고 싶은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이야기 나눴다. 솔직히 인턴은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 처리하는 역할일 거라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내 커리어에도 신경 써주시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고 안도감도 들었다. Eddy가 앞으로 디자인 싱크도 매주 가질 거니까 모르는 게 생기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했는데, 사실 벌써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중고차팀도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2024.03.05 (화)
입사 후 맞이한 첫 봄, 그동안 정말 바빴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웠다! 입사 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디자인 리뷰 문화는 말 그대로 최고… 💯 매주 실 단위로 다양한 팀의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그동안의 작업물이나 고민거리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여기서 감동 포인트는 모두가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자기 것처럼 진심으로 봐준다는 거다! 몇 번은 리뷰가 끝나고 나서도 슬랙에서 서로 의견을 오랫동안 주고받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처음 참여해 본 디자인 챕터 월별 미팅도 충격적으로 좋았다. 당근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과정과 해결 방법을 생생하게 공유해 주셨다. 특히 디자인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처럼 경험이 부족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던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이런 인사이트는 어디 가서도 쉽게 못 듣는 건데! 미팅을 하는 내내 ‘아,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이렇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야 하는구나’ 하는 감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았다.
수많은 피드백과 인사이트를 주고받는 디자인 리뷰와 디자인 챕터 미팅
사실 당근은 노션이나 슬랙이 대부분 전체 공유로 운영되고 있어서, 평소에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팀 디자이너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디자인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실제 프로젝트를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라니, 이런 곳이 진짜 어디 있겠나 싶다. 아직 경험은 부족해도 당근의 모든 작업들이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2024.03.20 (화)
오늘은 Eddy에게 중고차 진단예약 과정 중 차량 상세 정보 화면을 빼자고 가볍게 제안했다가, ‘사용자를 좀 더 고려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퇴근길에도 그 피드백이 머릿속을 맴돌며 ‘내가 디자인할 때 사용자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됐다. 😮💨
기존 화면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보유한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차량 정보를 조회하고 있어요’라는 로딩 화면이 나온 다음 차량의 상세 정보를 보여주고, 사용자가 확인 후 진단예약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나는 이때 상세 정보가 종종 다르게 나오는 데다가 사용자가 그 정보를 직접 수정할 수도 없으니, 그럴 바에는 아예 그 화면을 삭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Eddy가 상세 정보 화면은 차량 정보 조회 중이라고 표시되는 로딩 화면 바로 뒤에 나타난다는 점을 짚어주면서, 그 화면을 삭제하면 사용자들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 보라는 피드백을 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보를 입력하고 로딩까지 기다렸는데 상세 정보는 보여주지 않고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는 식이라 갑자기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차라리 로딩 화면까지 포함해서 개선하거나, 정보를 더 정확하게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이 더 나은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하… 사용자 관점에서 디자인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작업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 같다. 앞으로는 작업 중간중간 Eddy가 말한 것처럼 사용자 경험에 어떤 변화들이 생기는지 따져보고, 이게 정말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미리미리 체크해 봐야겠다. 💪
2024.04.24 (수)
한동안 중고차 홈 개편 때문에 바빴는데, 오늘 드디어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마무리했다. 처음 이 일을 맡게 됐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홈 화면은 서비스의 첫인상이나 다름없는데 이걸 개편하는 일을 인턴인 내가 맡게 되다니! 팀에서는 그동안 같이 프로덕트를 잘 만들어 왔으니 믿고 맡긴다고 했는데, 내 입장에서는 아직 뭔가 확실하게 보여준 게 없는 것 같아서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게 감사했다. 물론 그만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
나는 특히 홈 화면 상단에 집중했는데, 기존 홈 화면에선 ‘국산차’, ‘외제차’, ‘신차급 중고차’ 같이 차량을 특징별로 큐레이션한 항목들이 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이런 레 이아웃은 사고 싶은 차의 조건을 미리 생각해 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지만, 어떤 차를 살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거나 어떤 매물이 올라왔는지 둘러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도 편하게 매물을 구경하다가 관심 가는 차를 만날 수 있도록 차량 이미지 중심으로 화면을 다시 구성했다. 그 외에 디테일한 구성들은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디자인을 완성했다.
배포 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는데, 확실히 사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3일 만에 반응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매물 클릭수나 재방문율 등 최종 지표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라간 것이다! 사실 배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전 화면으로 되돌려달라는 문의가 폭주하는 악몽까지 꿨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 맡게 된 큰 프로젝트였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게 너무 뿌듯해서 하루종일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팀원들이 ‘실패도 해봐야 더 성장하는데 Bunny는 너무 성공만 하는 거 아니냐’면서 장난 섞어 칭찬해주시기도 했다. ✌️
2024.10.31 (목)
벌써 가을이다.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오늘은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고 중고차팀 사람들이랑 수원자동차복합단지에 다녀왔다. 시장 조사 차원에서 자동차 딜러분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말도 잘 못 붙이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는데, 막상 딜러분들이 우리 서비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먼저 해주셔서 나도 점점 흥미가 생겨 이것저것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수원자동차복합단지에서 팀원들과 찍은 사진
친구들한테 시장 조사를 간다고 했더니 디자이너가 직접 현장까지 나가냐고 의아해하는 반응들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은 것 같다. 모니터만 보고 일할 때랑은 다르게 현장에서는 문제점이 확 와닿는 느낌이랄까. 무엇을 빨리 개선해야 할지 우선순위도 보이고, 그래서 작업할 때 몰입도도 훨씬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팀원들이랑 같이 현장에서 부딪치고 배우는 게 너무 재밌는 것 같다. 우리 프로덕트를 진짜 성공시키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나랑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내 손으로 우리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두 배다.
2025.01.20 (월)
입사 1주년 기념으로 받은 꽃다발
다음 주 캘린더를 보니 ‘Bunny 1주년’이라는 일정이 자동으로 생겨 있었고, 회사에서도 곧 축하 꽃다발도 배송시켜 준다는 알람도 받았다! 한 회사에서 1년을 넘기는 것도 처음인데, 앞으로도 함께할 날들이 쭉 펼쳐져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1주년이 돼서 그런지 당근에서 보낸 한 해를 계속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겠다고 진심을 다해 일하는 팀원들의 얼굴이다. 함께 열정을 쏟았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어김없이 설레고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정규직 전환 면접에서도 “앞으로 당근에 서 하고 싶은 게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중고차 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게 목표라고, 우리 팀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었다. 결국 내가 당근에서 계속 일하기로 망설임 없이 결정한 건 동료들 때문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동료들 덕분에 나도 같이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거다. 이제부터가 진짜 본격적으로 시작이겠지. 앞으로 당근에서 팀원들과 또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고 어떻게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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